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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음악춘추 - "소리의 기억과 기대" 음악춘추 2016-03월 247호 리뷰

등록일 : 2016-04-04

소리의 기억과 기대


 새로이 개발된 국악 가상악기들과 이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음악작품들을 소개하는 발표회가 소리의 기억과 기대라는 제목으로 지난 2월 2일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예술관 콘서트홀에서 있었다. 서울대학교 예술과학센터(CATSNU)의 이돈응 교수와 연구원,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마련한 이 날 행사는 3시간여의 세미나와 1시간 반 정도의 음악회로 구성되었는데,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지켜보았다.

 이 날 발표된 국악 가상악기 패키지는 서울대학교 예술과학센터가 한국 콘텐츠 진흥원(kocca)의 지원을 받아 지난 수 년 동안 연구, 개발한 결과물로 다양한 종류의 국악기를 각각 모바일앱과 컴퓨터에서 연주할 수 있게 하는 도구다. 특히, 요즈음 대부분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손쉽게 무료로 내려 받아 국악기를 연주해 볼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들은 국악 교육의 편의성을 크게 높이고 학생들의 흥미를 돋우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한 연주뿐 아니라 농현, 요성 등 우리음악 특유의 표현기법을 구현할 수 있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연주하는 가상악기(VSTi)의 경우 드라마, 영화의 배경음악은 물론 K-Pop 작곡가들이 사용할 만한 디지털 국악기 음원이 미비한 현실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뛰어난 음질과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국악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용자도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만시지탄이지만, 이러한 디지털 국악기들이 개발된 것이 무척 다행스럽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음악에 쉽게 다가가기를 기대해 본다.

 이어진 음악회에서 총 7곡의 새로운 전자음악(Electroacoustic Music)이 연주되었다. 나는 일전에 한 대학병원의 의사가 앞으로 언젠가는 의사가 극소수만 필요한 세상이 올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컴퓨터가 진단부터 수술까지 손쉽게 빨리 처리할 수 있는 세계가 보인다는 것이다. 나는 이를 음악으로 대비하여 보면 감정을 갖게 되는 인간을 능가하는 컴퓨터가 개발되면 음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를 생각해보면서 많은 기대를 가지고 참석하였다. 무대 앞에는 여러 대의 컴퓨터가 작동하고 가상음악 내지는 가상세계를 그리는 듯한 음악의 연속이었고, 당장 상업음악에 활용할 수 있는 가상의 음악이 연주될 때마다 음악교육의 방향전환이 필요한때가 되었다고 느끼면서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함께하였다.

 첫 번째로 연주된 김가희의 가야금과 전자음향을 위한 ‘낯선 경험’은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의 표현주법들을 재해석한 곡으로 컴퓨터 프로세싱을 통해 확장되고 증폭된 가야금의 연튕김이 무척 흥미롭게 들렸다. 이어 연주된 유리나의 피아노와 전자음향을 위한 ‘밤,한:꿈’은 귀에 익숙한 피아노 악곡들의 조각이 다양하게 변조되고 때로는 왜곡되어 나타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익숙함과 낯섦을 넘나드는 전개방식이 듣는 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했다. 세 번째로 연주된 박종화의 해금과 전자음향을 위한 ‘제례’는 백색소음과 해금소리를 결합시켰는데 증폭되고 변조된 해금의 소리가 소음과 만나 무척 다이나믹한 에너지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특히, 청중을 둘러싼 스피커를 통해 이동하는 소리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이어 연주된 이강성의 ‘수평선에서’는 Audio-Visual 작품으로 공학자 출신답게 다양한 수학적 구조를 애니메이션과 음악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하는 도형들과 어우러지는 전자음악이 무척 흥미로웠다.

 다섯 번째로 연주된 강효지의 ‘귀’는 듣지 못하는 자와 듣지 않는 자의 대화에 관한 내용으로, 작곡가 자신의 피아노 연주와 즉흥적 전자음악을 통해 표현되었다. 피아노의 일반적 소리, 특수주법, 연주자의 목소리, 프로세싱을 통해 변조되는 피아노 음색과 더불어 다양하게 사용된 신시사이저 및 구체음향들의 조화가 돋보였다. 이어 연주된 남상봉의 엠포이를 위한 ‘쥐불’의 경우 작곡가가 개발한 새로운 전자악기와 퍼포먼스가 결합된 작품으로, 쥐불놀이처럼 원운동하는 물체의 움직임을 컴퓨터가 포착하여 어울어지는 전자음향을 만들고 작품을 연주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 쥐불놀이처럼 빛을 방사하는 이 낯선 악기와 이를 이용한 무대공연이야 말로 전통과 기술이 결합되어 새롭고 흥미로운 예술로 재탄생 된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에 연주한 한사람을 위한 풍물은 4명이 연주해야 할 풍물놀이를 혼자서 신명나게 연주하는 장면은 연주자 한사람의 타악연주 실력에 따라 다양하고 활기차게 발전하는 연주를 보면서 지금까지 연구해온 보람이 빛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쿠스틱 음악에 만족하고 살아온 음악가들에게는 이러한 가상음악이 별로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음악이 주는 마력이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생각하면 음악의 앞날이 걱정되기도 한다. 창작이나 연주가 어려운 작업을 통해 얻은 기교를 독창적으로 발표를 하며 특히 연주는 어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연주하는 장면이 청자들을 매료시키는 일이 줄어들 것 같은 느낌이 들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 음악회와 강연은 예술과 기술이 결합하여 어떠한 흥미로운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는지를 잘 보여준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과연 컴퓨터가 음악에 얼마큼 개입할 수 있을지 그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생각하고 상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평_이용일(KSME명예회장)

http://www.eccs.co.kr/magazine/음악춘추-2016-03월-247호/리뷰/소리의-기억과-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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